1. 서론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stretchable electronics)는 형태가 고정된 기존 일렉트로닉스와 달리 형태가 바뀔 수 있는 높은 신축성과 유연성을 가지는 전자 장치를 뜻한다[1,2].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는 손으로 늘리거나 굽히는 변형을 가해도 기능을 잃지 않으며, 신체의 곡면에도 들뜸 없이 부착할 수 있는 우수한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칩과 센서와 통합하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stretchable display) [3], 스트레처블 배터리(stretchable battery), 건강 모니터링을 위한 웨어러블 전자피부(electronic skin) 이외에도 다양한 스트레처블 전자소자에 적용될 수 있다.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연신율이 낮은(<3%) 소재 기반의 전극, 기판과 소자(센서, 칩)에 신축성을 부여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상용화된 기판인 폴리머 필름, 금속 필름, 단단한 무기 재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기하학적 설계 및 제조 전략에 관한 연구들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한 요소 해석(finite element method, FEM) 을 기반으로 설펜타인(serpentine) 구조[4-7], 키리가미(kirigami) 구조[8], 아일랜드(island) 구조[9-12] 기술이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기하학적 디자인인 설펜타인, 키리가미, 아일랜드 구조 기반의 소재 및 소자에 대한 소개와 이를 적용하여 구현된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스트레처블 배터리, 온열용 히터, 전자 피부에 대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Fig. 1).
2. 연신율을 부여하는 기하학적 구조 기술의 동향
많은 연구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전자소자를 적용하기 위해 전자 시스템 전체가 신축성을 가지도록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다양한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수평 방향의 인장 변형(tensile strain)의 향상을 이끌었다. 이 주제에서는 기하학적 구조의 원리와 이를 적용한 소자의 최대 연신율을 향상시킨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설펜타인 전극은 구불구불한 뱀 모양으로 설계되어있는 단단한 무기 재료 위에 금속이 증착되어 있는 구조이다. 설펜타인은 기하학적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각진 모서리가 아닌 뱀 모양의 구불구불한 구조를 가진다. 그 이유는 설펜타인의 곡선 형상을 1차원의 스프링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기 유사성 특성 때문에 반복되는 곡선은 스프링 같은 거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직(y축) 또는 수평(x축) 뱡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접을 수 있는” 설계 구조를 갖게 된다. 이러한 설펜타인을 양 옆으로 늘리면 양 옆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평면의 수직 방향으로 추가적인 기하학적 변형을 해서 집중되는 응력을 분산시킨다. 따라서 연신율에 취약한 금속 박막에 응력이 가해지지 않아서 신축성을 가지게 해준다. 설펜타인은 인간 피부의 영률(∼100 kPa)만큼 낮은 계수를 가질 수 있어 인간의 피부 위에 적합하게 부착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늘리게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20%∼50% 이내의 연신율이 가해지는 적절한 구조가 요구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John A. Rogers 그룹은 유한 요소 방식(finite element method) 기반으로 최대 80%까지 연신될 수 있는 폴리이미드(polyimide) 재료의 설펜타인 구조를 설계하였다(Fig. 2(a))[13]. 또한, 제안된 설펜타인 구조는 2차원(2×2 배열)에서 140%의 연신율에도 버틸 수 있음을 보였다(Fig. 2(b)).
키리가미는 종이 평면에 반복적인 선을 그린 뒤 칼로 절단하고 종이를 잡아당기면 생기는 3차원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패터닝 기술이다. 키리가미 구조는 패턴 절단을 해놨기 때문에 장치를 접거나 펼 때 절단 경로가 돌출됩니다. 키리가미 패턴에 의한 변형은 각각의 패턴들이 평면 내부로 작은 변형을 일으키고 가장자리는 인장될 때 평면 밖 방향으로 꼬이게 됩니다. 더 늘리게 되면 키리가미 패턴이 평면 외 방향으로 변형이 일어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패턴의 간격을 좁히면서 장치가 곧게 펴지게 됩니다. 키리가미 패터닝을 적용할 경우, 평면 외 변형을 하기 때문에 기판 자체의 변형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변형이 불가능한 소재에 인위적으로 변형율을 부여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오사카공립대학의 Kuniharu Takei 교수 연구팀은 키리가미 패터닝으로 디자인된 센서의 무기재료인 폴리이미드(polyimide)의 두께 조절과 봉합 방법을 최적화하여 최대 200%까지 연신율을 감지할 수 있는 압저항식 센서를 제작하였다(Fig. 3(a))[15]. 키리가미 구조의 우수한 변형 가역성으로 인해 60,000 번 이상의 반복 연신 실험에서도 압저항식 센서의 성능이 저하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그리고 팔꿈치에 부착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130°의 각도까지 굽힘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최인석 교수 연구팀은 키리가미 패터닝 중 오제틱 컷(auxetic cut) 기반의 리튬 이온 전지(lithium ion battery)를 구현했다[16]. 오제틱 컷의 분할 계층과 분할 개수(hierarchy and number of segmentations)를 조절하여 기판에 가해지는 변형율을 최소화한 구조를 도출했다(Fig. 3(b)).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에서 취약한 측면 변형에 대응하기 위해 단단한 아일랜드 위에 기능성 소자를 배치하고 그 주변에 아일랜드보다 상대적인 영률 (young’s modulus) 이 낮은 폴리머로 봉지화(encapsulation)하여 소자에 걸리는 연신율을 최소화하는 아일랜드 구조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구조의 매커니즘은 등압력(isostress) 상태를 가정하고 부드러운 스트립(soft strip)과 딱딱한 스트립(hard strip)의 단면에서 봤을 때의 길이를 L, 샘플의 면적을 A로 정의하면 아일랜드 구조는 식 (1)과 같은 규칙을 따르게 된다(Fig. 4(a)).
고려대학교 하정숙 교수 연구팀은 PET 필름(영률: 2 GPa)의 아일랜드 위에 온도 센서와 마이크로 LED를 배치하였고 Ecoflex 필름(영률: 69 kPa)로 봉지화하였다(Fig. 4(b))[17]. 아일랜드 어레이(island array)에 2축 연신(biaxial stretching)과 굽힘을 가할 때의 유한 요소 해석에 의한 결과를 통해 아일랜드 표면에 가해지는 연신률이 0%인 것을 확인하였다. 본 구조는 전체소자가 측면 변형이 일어났을 때 Ecoflex가 대신 연신되면서 PET 아일랜드 위의 온도센서가 2축 연신이 30% 될 때까지 연신율에 상관없이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였다. 개발된 아일랜드 구조의 연구 결과는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지만, 아일랜드와 폴리머 사이의 계면은 높은 연신율과 반복된 인장에 취약하다. 계면에서의 결함은 궁극적으로 소자의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의 연신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아일랜드와 폴리머 사이의 계면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접근법이 보고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홍용택 교수 연구팀은 PDMS(Polydimethylsiloxan) 필름내에 강성이 높은 니켈 미세입자를 분포시키고 자기장으로 특정영역에 응집되게 하여 아일랜드를 형성하였다[18]. 디지털 이미지 상관 관계(digital image correlation, DIC)를 통해 50%의 연신율을 가할 때까지 아일랜드가 안정적으로 존재한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니켈 미세입자가 고농도로 분포된 PDMS의 아일랜드는 니켈 미세입자가 없는 PDMS 필름 사이의 계면에서는 영률이 순차적으로 감소하여 안정적인 계면을 보여주었다. 미국 MIT Zhao 교수 연구팀은 고신축성 아일랜드 구조 기반 기판을 만들기 위해 PDMS 아일랜드에 화학적 처리를 하여 하이드로젤(hydrogel)로 봉지화하였다(Fig. 4(c))[19]. 특히, 하이드로젤 내부에 있는 PAAm 기반의 긴 사슬 네트워크는PDMS에 부착된 유리 부분과 계면 인성(interfacial toughness)가 1,500 J m−2을 넘으며 하이드로젤을 200%로 늘렸을 때 아일랜드가 계면 박리없이 유지됨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제안된 공정은 대면적 공정에 적합하지 않으며 적용가능한 소재가 제한적이다.
최근 카이스트 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은 아일랜드와 신축성 소재 사이의 계면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아일랜드를 제시하였다(Fig. 4(d)와 Fig. 4(e))[20]. 관람차 모양의 아일랜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oly lactic acid(PLA)를 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3D 프린팅으로 제작하였다. 기능성 칩이 올라가는 관람차 모양의 윗부분은 지름이 약 20 mm로 기존에 상용화된 LED 칩, Coin cell 및 자체 제작한 피라미드 압력 센서(pyramid pressure sensor)가 올라갈 수 있다. 대관람차(ferris wheel) 모양의 아일랜드는 기존에 사용된 원형이나 사각형 아일랜드와 달리 폴리머를 175%로 연신하였을 때도 계면 결함이 생성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대관람차 모양의 기계적 맞물림 구조(interlocking structure)가 계면에서 생성되는 균열 전파를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유한 요소 해석으로 입증하였다. 나아가, 대관람차 모양의 아일랜드가 Ecoflex, Dragon skin, Ecoflex gel 등 다양한 폴리머에 적용될 수 있으며 비틀림, 찌르기, 구김 등의 다양한 3차원 변형의 피로수명도 향상시킴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고집적 스트레쳐블 일렉트로닉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 크기를 감소시키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3. 기하학적 구조 기반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배터리, 의료기기, 전자피부 기술의 동향
앞서 설명한 기술들을 토대로 신축성 있는 전자소자 연구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칩과 소자를 결합하여 전자피부 분야에도 다양한 응용을 가능하게 했다.
서울대학교 최인석 교수 연구팀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포함된 키리가미 구조의 스트레처블 배터리를 제시하였다(Fig. 5(a))[16]. 수차례의 구김과 인장을 가해도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지 않고 유지됨을 확인하였다. 독일 Ilmenau Jacobs 교수 연구팀은 포토리소그래피를 통해 설펜타인 전극기반의 고신축성 디스플레이를 제작하였고 260%의 최대연신율을 가지는 것을 확인하였다(Fig. 5(b))[21]. 특히, 비아(vertical interconnect access) 를 제작하여 Ecoflex 내에 액티브 매트릭스를 구현하였다. 설펜타인 위에는 전도성이 높은 금속인 구리(Copper)를 증착하여 상호 연결로 사용했습니다.
서울대학교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전도성이 높고 투명한 전극을 전자 피부에 적용하기 위해 키리가미 모양을 적용해 전극에 조정 가능한 탄성을 부여하여(0%∼400% 이상) 용도에 따라 의도적으로 변형을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Fig. 6(a)∼Fig. 6(c))[22]. 이는 높은 광학 투광도(80% 이상)를 나타내면서 10,000 싸이클의 연신 작업 후에도 우수한 가역성을 보여 개인 온열용 키리가미 히터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피부와 유사한 전자피부 기술은 피부 인터페이스 의료기기로 사용되어 질병을 진단하고 생리학적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인공의수(prosthetics), 컴퓨터 시스템 및 웨어러블 로봇 장치와 제어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Rogers 교수 연구팀은 8채널 전극 기반의 폴리이미드 아일랜드와 설펜타인 모양의 크롬, 골드를 전도체로 사용하여 만든 electromyography(EMG) 센서 배열의 신호를 통해 인공 의수를 조종하였다(Fig. 7(a))[23]. 팔이 절단된 사람의 절단 부위 근처 표피에 부착된 EMG 센서는 피실험자의 9가지 직관적인 동작(휴식, 팔꿈치 굴곡, 팔꿈치 신장, 손목 굴곡, 손목 신장, 손벌림 등)에 대해 근육이 활성화되어 전극에서 EMG 신호(85∼300 Hz)를 수집하게 된다. 유도된 EMG 신호는 패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모션을 분류하여 인공 의수를 해당하는 동작으로 움직이게 한다.
카이스트 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은 대관람차 모양의 아일랜드 구조 신축성 기판에 촉각 센서를 통합하여 촉각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구현하였다(Fig. 7(b)∼Fig. 7(D))[20]. 미세 피라미드 구조의 압력센서는 아일랜드에 배치하여 연신율에 상관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다공성 구조의 탄소나노튜브- Ecoflex 복합 소재 기반의 인장센서는 Ecoflex 기판에 코팅되어 연신율을 감지한다. 전자피부는 사람의 팔목에 부착되어 맥박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자피부에 가해지는 다양한 촉각 자극을 압력과 인장신호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 차세대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 결론 및 전망
본고에서는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를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하학적 전략들을 소개하였다. 종래의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를 이루는 소재는 신축성이 낮아 전자소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고에서 소개하는 기하학적 전략들은 강성 재료에 신축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포함한다. 우리는 (1) 단단한 재료를 뱀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설펜타인 전극 구조, (2) 신축성 있는 기판의 패터닝(절개)을 하는 키리가미 전극 구조, (3) 신축하지 않는 단단한 부분 위에 기존의 기능성 칩을 올리는 아일랜드 구조 전략을 요약했다. 마지막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팩, 촉각 센서를 포함한 전자피부와 같은 스트레처블 플랫폼에서 정교한 신축성 하이브리드 전자 장치의 뛰어난 성과를 다루었다. 스트레처블 전자소자 기술과 전자 부품을 통합함으로써,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유연 센서를 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 피부로부터 향상된 감도로 정확한 생체 신호 획득을 나타낼 수 있을 수 있고, 다양한 폼 팩터를 가진 미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건강 모니터링 및 로봇과 같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전자 피부의 실용적인 유용성을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과도한 기계적 변형에서 높은 내구성을 보장하면서 신호 간섭 없이 물리적 자극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