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기계적 메타물질(mechanical metamaterials)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물리적, 기계적 성질을 갖는 구조화된 물질로써 정의될 수 있다[1]. 이러한 기계적 메타물질은 외부 힘에 반응하여 패턴 및 형태의 변환과 변환 형상의 프로그래밍 등 기존의 재료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기계적 물성과 기능성을 보여준다[2]. 이러한 기계적 메타물질 중에서 선형 및 메커니즘 기반 메타물질인 오리가미 구조체 및 키리가미 구조체는 다양한 구조적 기능성을 설계를 통해 부여하는 것이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소자 제작이 반도체 공정 혹은 인쇄공정 기반의 2D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당 접근법은 2D 형상의 구조물을 3D 형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3], 공정 호환성 및 연속성에 있어 유리하고, 이에 따라 산업적 활용성 잠재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키리가미(kirigami), 오리가미(origami) 기반의 기계적 메타물질의 구조적 설계와 이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 연구는 구조체 이외에도 재료적인 접근법을 통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형상기억고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를 활용한 자가 접기(self-folding) 구조체 연구[4]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본 리뷰에서는 키리가미, 오리가미 및 키리가미와 오리가미의 하이브리드 설계가 도입된 기계적 메타물질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연에너지소자, 소프트로보틱스(soft-robotics), self-folding LED를 비롯해 다양한 응용연구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Fig. 1).
2. 키리가미 기반의 기계적 메타물질 기술 동향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은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인장 및 압축과 같은 외부의 힘을 활용, 희망하는 패턴 및 형태 변환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먼저, 키리가미를 적용해 기능성 기계적 메타물질을 구현한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키리가미는 종이를 특정 패턴으로 절단하고 당겨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예술에서 착안한 패터닝 기술이다. 해당 구조체는 절단된 슬릿으로 인해 인장시 패턴이 3차원적으로 재배치가 된다. 종이, 금속 필름 등 신축성을 갖지 못하는 소재에 대해서도 다양한 슬릿을 배치함으로써 신축성 부여가 가능하며, 이는 신축에 따른 변형률을 슬릿으로 인한 구조체의 다양한 버클링(buckling) 현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물성은 구조체 내의 키리가미 구조체의 슬릿 형상 및 배치 방식, 두께 등의 설계인자를 제어함으로써 다양하게 제어가 가능하다. 평면의 수직 방향으로의 돌출이 이루어지는 out-of-plane buckling, 혹은 평면 내로 동작이 제한되는 in-plane buckling 역시 구조적 설계를 통해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최인석 교수팀은 키리가미 기반 기계적 메타물질의 일환인 자가복제컷팅(fractal-cut)전략을 활용,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기초재료의 인장 응력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기존 면적대비 800% 이상 확장되는 확장형 기판을 개발하였다. 이는 확장성 외에도 표면순응성(conformal contact) 등 다양한 물성 부여 가능성 및 응용처를 선보였다(Fig. 2(A))[5].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필립 박사팀은 은나노와이어 함침형 전사 공정과 키리가미의 신축성을 활용해 집적률의 변화 없이 적층 가능한 연결전극(interconnector)을 개발하였다. 해당 접근법은 적층수를 늘이는 방식으로 신축성을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장된 연결전극은 키리가미 구조체가 가지는 우수한 응력 분산효과로 인하여 높은 변형률로 인장시에도 일정한 전도성을 유지하는 특성을 보였다(Fig. 2(B))[6]. 또한 이러한 구조체를 태양전지 모듈 시스템에 도입시 높은 집적률과 신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였다(Fig. 3(A))[6]. 이러한 키리가미 구조체를 보다 작은 스케일에서 응용하는 연구 역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 Nicholas A. Kotov 교수팀에서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을 통해 마이크로스케일 단위의 키리가미를 형성하였다(Fig. 2(C))[7]. 또한 플라즈마 패턴제어를 위한 방안으로도 연구되었는데, 이는 키리가미 구조의 인장시 발생하는 패턴 변형인 버클링(buckling)의 3차원 변형을 코로나 발생 전압을 낮추기 위한[8] 전극 형상 제어에 활용하였다(Fig 3(C))[7]. 또한 템플대학교 Jie Yin 교수 팀에서는 키리가미의 버클링 방향을 제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노치구도의 도입에 따라 불규칙한 성격의 버클링 방향을 통일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주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Fig 2(D))[9]. 제안된 구조체는 건축물내 조사되는 광량을 제어하기 위한 차양막으로써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건물내 전력소비를 26% 가량 줄일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Fig. 3(B))[9].
이처럼 키리가미 기반 기계적 메타물질은 다양한 스케일로 여러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닛 단위에서 잘 작동하는 키리가미 구조체가 전체 단위에서는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종종 보인다[10]. 이는 전체 단위에서의 힘 전달 및 응력분산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보다 뛰어난 성능과 활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변형 과정에서의 응력 전달 및 분산이 설계한 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결함 제어 기술 및 구조체 제작 공정 확보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3. 오리가미 기반의 기계적 메타물질 연구동향
기판을 접거나 펴면 기판의 구조에 변형과 응력이 발생한다. 기판을 접을 때는 접히는 부분이 압축되고, 펴질 때는 늘어나는데 이러한 응력과 변형은 기판을 특정 방향으로 구부리고 형태를 변화시키게 되며, 이를 오리가미라고 한다. 주로 접기 선과 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접기 선은 기판의 접는 방향을 나타내며, 점은 접기 선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러한 선과 점은 기하학적 형태를 정의하고 제어하는데 사용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기계적 메타물질은 일반적으로 구조에 패턴선을 형성하고, 인장 및 압축 등 외부의 힘을 설계된 패턴 선에 집중시켜 설계된 선과 점에 따른 형태 변환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선과 점의 설계에 따라 다양한 구조 설계가 가능하다. 다음은 오리가미를 적용해 기능성 기계적 메타물질을 구현한 연구 사례들이 되겠다.
오리가미 기반 기계적 메타물질은 얇은 필름 재료에 접기 선을 도입함으로써 설계되는데 이런 접기 선들은 인근의 패널을 회전시키게 해주고, 접혀지는 선부분의 탄성력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오리가미 기반 구조체는 다양한 공간 활용성 및 기계적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리가미 구조체로는 미우라 오리가미(Miura origami)가 있다. 1970년대에 Koryo Miura에 의해 설계된 Miura 패턴은 각 평행사변형이 일정한 연속동작에 의해 접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패널을 변형시키지 않고 접고 펼칠 수 있어 강성 있는 소재에 많이 활용되며 압축을 통한 휴대용(portable), 확장(expandable) 구조로써 활용된다[11]. 이러한 방식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NASA의 확장형 태양광 패널이다(Fig. 4(A))[12]. 해당 구조는 우주공간에 나가기 이전까지 작은 크기를 유지한 뒤 우주공간에 도달하면 태양광 패널을 충분히 확장하여 위성이나 우주선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오리가미 방식인 크레슬링(Kresling) 패턴은 주로 유연한 소재에 활용되며 꼬여있는 구조를 통해 압축, 인장에 따른 쌍안정성(bistability) 구조를 지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조지아공대 합동연구진은 자성소재를 도입,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하나의 유닛이 접히고 펴지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안정상태를 구현하여 10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에 형태 변형이 가능한 자성 제어 소프트로봇을 개발하였다(Fig. 4(B))[13]. 그 외 자유도(degree-of-freedom, DOF) 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예로써, Ron Resch 오리가미와 Waterbomb 오리가미가 있는데, Ron Resch 오리가미는 관형 상태, 돔형 상태 및 평면 상태와 같은 다양한 접힌 상태를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해당 구조체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의 알 바하르 타워 외벽에 선택적 태양광 차양막, 3D bio-structure로써 응용되고 있다(Fig. 4(C))[14-15]. 높은 DOF와 쌍안정성(bistability)을 동시에 가진 Waterbomb 오리가미의 경우에는 한국타이어와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그 형태와 방법을 제안하여, 인터락킹 뼈대(interlocking skeleton) 구조체를 활용한 타이어를 개발하였다(Fig. 4(D))[16-17].
다양한 활용성을 지니는 오리가미 기반 기계적 메타물질은 공간 활용이나 형태 변환을 통한 기능성 부여에 뛰어난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여전히 형태변환에 필요한 에너지나 주변장치가 필요하다. 감응성 고분자나 형상기억 합금과 같이, 외부환경에 자동으로 반응, 변형할 수 있는 재료와의 융합 연구(Fig. 5)[18-19]는 이러한 점에서 그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오리가미 구조는 mounting folding, valley folding 등 다양한 접기가 필요하며, 구조 형상에 따라 이러한 힘을 가하기 위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오리가미에 유리한 공정 혹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4. 키리가미, 오리가미 하이브리드 기반의 기계적 메타물질 연구동향
앞서 소개된 키리가미, 오리가미를 기반으로 한 기계적 메타물질은 소개된 바와 같이 많은 장점과 응용성을 지닌다. 그러나, 두 접근법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는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이렇게 복합화 한 사례를 키리가미, 오리가미 하이브리드 기반 기계적 메타물질로 분류하고,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의 Jie Yin 교수팀은 키리가미, 오리가미 하이브리드 기반의 기계적 메타물질을 활용해 열감응성 소프트로봇을 연구, 개발하였다(Fig. 6)[20]. 하이브리드 설계를 통해 키리가미 이상의 DOF를 구현하였으며 해당 패턴을 활용해 상, 하 기판 사이에 열감응성 형상기억고분자 시트를 중간에 넣은 3층상의 기판을 제작하였다. 이때 형상변형 층의 팽창, 수축 변형을 활용해 접히는 방향을 유도하였으며, 이를 위해 각 층별로 다른 패턴을 도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힌지(hinge) 기능을 수행하는 구간을 따로 만들어 프로그래머블 기능을 더하였다. 해당 기판은 열을 통해 2D형상의 키리가미 기판에서, 3D 형상으로 변화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해당 구조의 응용을 통해 열로 작동하는 집게로봇과 공압으로 방향전환과 보행이 가능한 소프트 로보틱스가 연구, 개발되었다(Fig. 1(E))[20]. 이러한 기술을 보다 더 작은 스케일에서 구현한 연구를 네덜란드 델프트기술대학의 Teunis van manen 교수 팀에서 수행하였다. 해당 팀은 강성 기판에 쌍안정성을 유도하는 키리가미 패턴을 도입하였으며 해당 기판은 인장 후에도 펼쳐지며 그 형태를 유지한다. 이때 인장 이후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성의 폴리디메틸실록산(polydimethylsiloxane, PDMS)시트를 적용하면, 두 구조체간 길이 불일치로 이탈 변형이 유도되는데, 이 현상을 self-folding 구동 원리로써 응용하였다. 이에 더하여, 광학리소그래피를 활용해 탄성시트에 마이크로 단위의 패턴을 형성하였으며 이로 인해 탄성의 방향성이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3D 프린터로 출력된 쌍안정성 기판과 결합하며 다양한 종류의 자가조립 구조를 만들기도 하였다(Fig. 7)[4]. 또한, 필요 인장정도에 적합한 유연전극을 설계, 결합하여 마이크로 사이즈의 자가조립 LED 디바이스 제작이 가능함을 보였다(Fig. 1(D))[4].
하이브리드 기계적 메타물질은 높은 DOF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물성의 재료와 융합을 통해 형태 변형을 활용하는 분야에 있어 커다란 잠재성을 지니고 있으며 소형 로봇과 같은 첨단 산업의 주축 기술로써 응용될 수 있다.
5. 결론 및 전망
본 리뷰에서는 키리가미와 오리가미, 그리고 두 가지를 함께 적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활용하여, 기계적 메타물질과 응용연구들을 소개하였다. 이처럼 키리가미와 오리가미의 목적은 이제 단순 유연성 증진이나 포아송비(Poission’s ratio)와 같은 익숙한 기계적 파라미터에 대한 특이적 값의 달성을 넘어 각기 다른 목적에 부합한 기능성의 성격을 부여하는 기계적 메타물질 전략으로써 활용되는데 있으며 그 적용의 범위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키리가미 오리가미 전략이 도입된 기계적 메타물질은 마이크로스케일부터 시스템 단위의 큰 스케일에서도 대응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향후 현재 소자 스케일을 넘어서서 시스템 레벨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위해 다양한 추가 물성 부여가 가능한, 스마트 재료와의 융합 연구 혹은 다양한 기계적 물성을 통합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구조체 설계 연구 등 다각적인 각도에서 연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