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근골격계 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란 근육, 뼈, 관절, 신경 및 기타 결합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포괄하는 용어이다1]. 이러한 질환은 근육의 기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통증을 수반하여 일상적인 활동과 근로, 사회적 활동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특징이 있다[2]. 장애 보정 수명(disability-adjusted life year, DALY)은 질병 및 장애, 또는 조기사망으로 인해 손실된 건강수명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를 통해 특정 질병이 환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3]. 2017년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행된 여러 질병들로 인한 장애 보정 수명 연구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긴 장애 보정 수명을 차지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 장기간 불편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4].
재활운동은 약물 치료나 침습적 수술과 달리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5]. 효과적인 재활운동을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근육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임상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재활운동을 돕고 있으나,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따른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재활운동을 수행할 경우, 부정확한 운동으로 인해 회복 속도가 지연되거나 추가적인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6].
근전도(electromyography, EMG)는 근육 수축 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여 특정 근육의 활성도를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7]. 근전도는 측정 방식에 따라 표면 근전도(Surface EMG, sEMG)와 침 근전도(Needle EMG)로 구분된다. 침 근전도는 특정 근육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침습적이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인 관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8]. 반면, 표면 근전도는 비침습적으로 전극이 부착된 부위 주변의 근육 활동전위를 측정할 수 있어, 재활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9]. 본 연구에서는 근전도를 모니터링하여 재활운동 중 사용되는 근육의 활성도 및 피로도를 평가하고, 이를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재활운동을 보조하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은 근전도를 측정하고, 블루투스 저전력(bluetooth low energy, BLE)을 통해 데이터를 송신하는 웨어러블 근전도 모니터링 장치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근전도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전문가 없이도 재활운동을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 재활운동 치료에서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환자 중심의 재활운동 보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방법
표면 근전도의 진폭은 최소 수 마이크로 볼트(µV)에서 최대 밀리볼트(mV)까지 분포하며, 주파수는 20 Hz에서 500 Hz 범위에 이른다[10]. 표면 근전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신호의 크기를 100배 이상 증폭하고, 대역 통과 필터(band-pass Filter, BPF)를 사용해 노이즈를 제거해야 한다. Analog Devices Inc.의 AD8232는 최대 1,100배까지 입력 신호를 증폭할 수 있으며, 대역 통과 필터 구성을 위해 사용되는 고역 통과 필터(high-pass filter, HPF)와 저역 통과 필터(low-pass filter, LPF)를 포함하고 있어, 생체 신호 측정을 위한 아날로그 프론트 엔드(analog front end, AFE) IC로 사용하였다. Nordic Semiconductor사의 nRF52832 는 BLE를 통한 데이터 송신과 근전도 신호 처리를 위한 마이크로 컨트롤러(microcontroller, MCU) IC로 활용되었으며, AFE를 통해 노이즈가 제거되고 증폭된 근전도 신호는 MCU에 내장된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nalog-digital converter, ADC)를 통해 1 kHz의 샘플링 속도로 획득되었다. MCU에 내장된 온도 센서를 통해 체온 또한 함께 모니터링하였다. 전체 시스템은 전원 관리 IC(power management IC, PMIC)인 ADP160으로부터 공급된 3.3 V의 정전압으로 구동되었으며, PMIC 구동을 위해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사용되었다. 디바이스는 3.2×2.4 cm로, 상용 근전도 측정 시스템인 Delsys Trigno Lab(10×5 cm) 및 선행 연구된 웨어러블 EMG 디바이스(9×6 cm)보다 소형이며[11], 전체 디바이스 구성 요소 모식도는 다음과 같다(Fig. 1).
근전도와 체온 데이터는 1 ms마다 측정되므로, BLE를 통한 무선 데이터 전송도 1 ms 주기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BLE의 최소 패킷 교환 주기는 1.25 ms이므로,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는 데이터 전송 주기를 늘려야 한다. 또한, BLE 디바이스는 패킷 송신 실패 시 재전송을 시도하지만, 전파 혼선환경 등으로 인해 실패 횟수가 누적되어 최대 패킷 교환 가능 횟수에 도달할 경우 데이터의 재전송이 불가능하게 되고, 이는 데이터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40개의 데이터를 압축하여 데이터 전송 주기를 40 ms로 조정하였고, 이를 통해 데이터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였다(Fig. 2).
다음으로, 웨어러블 근전도 모니터링 디바이스로부터 수신한 근전도와 체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위해 구글과 MIT에서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앱 개발 도구인 App Inventor를 사용하여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Fig. 3).
저장되는 의료데이터의 보호를 위해 환자는 ID와 고유번호를 입력한 후 재활운동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디바이스를 부착한 재활운동 부위를 최대 2개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선택한 부위의 근전도(Ch1, Ch2)와 체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재활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재활운동이 끝난 후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하여 근전도와 체온 데이터가 추후 정밀한 진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재활운동 보조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네 가지 실험을 수행하였다. 첫 번째로, 디바이스가 사용자가 움직이는 환경에서도 근전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지 상태, 팔을 움직이는 상태, 팔 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근전도를 측정하였다. 피검자는 의자에 앉아 전완근에 전극을 부착한 후 디바이스를 연결하고 각 동작을 수행하였다. 이후, 측정된 근전도 신호가 실제 근육 활성도를 반영하는지, 혹은 단순한 노이즈인지 평가하기 위해 신호대 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 SNR) 분석, 진폭 분석, 주파수 분석을 활용하였다. 두 번째로, 근전도의 진폭을 통해 근육의 활성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세 가지 운동 강도(0%, 50%, 100%)로 나누어 운동을 진행하며 근전도를 측정하였다. 이때, 피험자는 본인의 감각에 따라 0%(완전히 힘을 빼는 상태), 50%(절반 정도의 힘을 주는 상태), 100%(최대한 힘을 주는 상태)로 구분하여 힘을 조절해 실험을 진행하였다. 또한, 정량적 검증을 위해 상용 악력기(grip dynamometer)를 활용하여 전완근의 근육 활성 정도가 악력 측정값의 변화와 일관된 패턴을 보이는지 비교하였다. 세 번째로, 다양한 근육의 활성도를 구분하고 분석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광배근과 승모근에 각각 디바이스를 연결하고, 올바른 자세, 어깨가 올라간 자세, 거북 목 자세에서 각각 Lat Pull Down 운동을 5회씩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측정된 근전도를 기반으로 근피로도를 평가하기 위해 운동 전과 15분간 운동 후의 근전도를 비교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웨어러블 근전도 모니터링 디바이스는 몸에 부착되어 동작하므로, 작동 중 신체의 움직임과 같은 주변환경의 변화가 디바이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아티팩트(Artifact)로 인한 노이즈와 근육의 수축으로 인한 근전도를 구분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하였다(Fig. 4).
운동을 통해 근육이 활성화되며 획득된 신호와 근육의 활성화는 없지만 노이즈가 발생하는 움직이는 환경에서 획득된 신호의 비교를 통해, 운동시 획득된 신호가 EMG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적인 검증을 위해, 운동시 획득된 신호와 움직이는 환경에서 획득한 신호의 퓨리에 변환을 진행하였으며, 운동시 발생한 신호가 EMG 주파수 대역(20∼500 Hz)에 고르게 분포한 것을 확인하였다(Fig. 5).
획득된 근전도의 신호 품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SNR을 계산하였으며, 그 결과 42 dB로 나타나 기존 연구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근전도 분석을 위한 최소 기준인 39 dB을 초과하는 수준임을 확인하였다[12]. 이를 바탕으로 환경적 노이즈가 있는 조건에서도 근전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목표인 근전도를 활용하여 근육의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근육 수축 정도를 변화시키며 근전도 측정 실험을 수행하였다(Fig. 6).
실험 결과, 근육이 활성됨에 따라 근전도의 진폭이 비례하여 증가하였다. 특정 근육의 활성 정도(0%, 50%, 100%)에 따라 계측된 근전도의 진폭을 이용하여 근육 활성 정도 추정 수식을 산출하고, 추후 계측된 근전도 진폭을 대입하면 근육 수축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주관적인 기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객관적 검증을 위해 상용 악력기를 활용하여 전완근의 근육 활성 정도가 악력기 사용 시 최대 악력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지 평가하였다(Fig. 7).

실험 결과, 전완근의 근전도 신호는 악력기 사용 시 최대 악력에 도달할수록 근전도 신호의 진폭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실험자의 근육 활성 정도가 실제 물리적 힘의 변화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랫 풀 다운(lat pull down)은 광배근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기구에 앉아 바를 잡아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Fig. 8).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면 광배근이 주로 사용되고, 승모근이 보조적으로 작용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면 주변 근육이 주로 사용되어 주 타겟 근육인 광배근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정확한 자세와 부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수행하며 광배근과 승모근의 근 활성도를 분석한 결과, 정확한 자세로 운동했을 때 주 사용 근육인 광배근이 가장 큰 활성을 보였고, 승모근은 보조적으로 약간의 활성을 보였다(Fig. 9(a)). 반면, 부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수행했을 경우 광배근과 승모근의 활성도가 모두 낮아져 근전도의 진폭이 작게 검출되었다(Fig. 9(b) 및 Fig. 9(c)). 이를 통해 근전도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재활운동 과정 중 목표 근육의 활성도를 확인하였으며, 환자에게 운동 상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자세로 재활운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다.
근피로도란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할 때, 근육이 힘을 생성하는 능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다[13]. 근피로도를 추정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중간주파수를 이용하는 것이다[14]. 중간주파수(median frequency)는 근전도 신호의 파워 스펙트럼에서 전체 에너지의 중간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의미하며, 근피로도가 증가할수록 중간주파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 전후 근전도 파워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중간주파수가 119.57 Hz에서 117.33 Hz로 감소하였다(Fig. 10).
이러한 결과는 근전도 신호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부터 처리 시스템까지 손실 없이 전송되어, 주파수 성분의 왜곡 없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한 재활운동 보조 시스템이 근육의 피로도를 추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 결론
근전도를 활용한 재활운동 보조는 재활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15]. 그러나 일반적인 근전도 측정 시스템은 크기가 커서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렵고, 비전문가가 다루기에도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다채널 무선 근전도 시스템은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근육 활성도를 무선으로 지속적이고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운동 중 목표 근육의 수축 정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운동 자세에 따른 근육 활성도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재활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한계로는, 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이 제한된 횟수로 진행되어 근육 활성도를 정량화 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다. 또한, 본 시스템을 사용한 재활운동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재활운동 간의 치료 결과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근육 활성도의 정량화를 위해 더 많은 근전도 측정 실험이 필요하며, 재활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재활운동 보조 시스템을 사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여 근전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재활운동 보조 도구로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근전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나, 운동 중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소형 OLED 또는 E-paper 디스플레이를 장치에 직접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운동 수행 중 근육 활성도를 즉시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재활운동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